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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살롱

모네의 정원에서

# 모네의 정원에서 / 유미주

 

누군가

인생의 사막을

걷고 있다면

난 그늘을 찾아 주고 싶다

 

한 뼘이라도

거기서 잠시 가쁜 숨 내려 놓고

쉼을 주고 싶다

 

오늘, 그의 정원에 그늘이 많아 보인다

 

빛의 화가로 불리웠던 인상파의 창시자 클로드 모네의 생을 잠시 엿본다.

작품해돋이를 출품한 후 어느 비평가가 조롱의 뜻을 담아 인상주의라는 말을 사용했다. ‘인상파는 모네를 중심으로 모인 화가집단에 붙여졌고, 당시에 환영받지 못한 화풍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네는 빛은 곧 색채라는 인상주의 원칙을 평생 지켜내면서 빛과 자연을 끊임없이 탐색했다.

 

Pathway in Monet's Garden at Giverny , 1902 , oil on canvas

Claude Monet (클로드 모네)

# 백발의 모네가 평온해 보인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자연을 담아낸 연작들을 살펴보자. 아침과 한낮의 빛이 다르고 오후와 저물녁의 빛이 다르다. 그 다름의 오묘하고 경이로움을 눈과 마음과 붓으로 담아낸 그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모네는 프랑스 파리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다. 그러나 집안에서 반대했던 그의 모델 카미유와의 결혼으로 모든 지원이 끊어졌다. 궁핍한 생활이 시작되었지만 가난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 놓지는 못했다.

첫모델이자 첫사랑인 카미유!

그녀를 지켜낸 사랑은 자신의 화풍에 대한 전적인 신뢰와 닮아 있고, 많은 작품 속에도 고스란히 녹아있다.

1876년 미술품 수집가 부부의 후원을 받게 되면서 생활은 좀 나아진다. 그러나 2년뒤 경기 불황으로 파산한 후원자 오셰데는 아내 알리스와 자녀들을 버리고 혼자서 사라져 버린다. 알리스는 자녀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을 다니다 당시 암에 걸린 카미유를 돌보며 모네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궁핍한 생활로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한 카미유는 안타깝게도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한낮의 찬란한 빛과 바람, 들판의 꽃 그리고 사랑스런 얼굴로 모네를 바라보는 작품파라솔을 들고 있는 여인속에 카미유를 기억하는가? 건강하고 사랑스럽고 싱그러웠다. 반면 죽음의 문턱에서 회색 낯빛으로 모네를 바라보는 작품임종을 맞은 카미유 모네는 죽음의 빛으로 변해가는 순간까지 그의 모델이 된 카미유를 담았다. 그래서 그런지 더 아려 온다. 죽어가는 자도 살아남은 자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리라.

카미유가 죽은 이듬해, 알리스와 모네는 남은 생에 동반자가 되고 지베르니로 이사해 가족들과 평생을 그곳에서 살게 된다. 그러나 한낮의 찬란한 빛 아래서 파라솔을 들고 사랑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던 카미유는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그의 사랑이었을 것이다.

43살에 지베르니에 정착하여 43년간을 그곳에서 활동했다. 정원을 가꾸고 연못을 만들어 수련을 심고, 그 위에 일본풍의 아치형 다리를 놓았다. 자신이 만든 연못과 정원에서 영감을 얻어 작품 활동을 했다. 1890년부터 하나의 주제로 여러 장을 그리는 연작을 그렸는데 작품수련연작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사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제작한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오늘날 이 그림들은 파리의 튈르리 정원에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폴 세잔은 빛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의 능력에 감탄하며 모네는 신의 눈을 가진 유일한 인간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순간순간마다 변하는 빛의 변화에 민감했기에 태양이 뜨고 질 때까지 캔버스를 바꿔가며 하나의 대상을 그려냈다. 하루 종일 빛을 직접 보면서 작업하느라 시력은 크게 손상되었다. 말년에는 백내장으로 거의 시력을 잃게 되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끝까지 멈추지 않았다. 192686세를 일기로 지베르니에서 생을 마감했다.

모네가 산책하며, 가꾸고, 관찰하고, 돌보았던 그의 정원 양쪽으로 가문비나무(spruce)와 편백나무(cypress)가 만들어준 그늘이 보인다. 정성껏 가꾼 보랏빛 후크시아와 다알리아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일까? 빛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했던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이 작은 길에서 느껴진다. 그는 로맨티스트였고 관찰자였고 정원사였다.

여름 한낮의 빛이 흐드러지게 어우러진 그의 정원에서, 나무와 꽃 그리고 집으로 안내하는 작은 길의 조화를 그렸겠지. 그러나 나는 꽃보다 나무보다 작은 길 위에 저 그늘에서 잠시 쉬고 싶어진다.

빛이 찬란할수록 그늘이 더욱 선명하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259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의 화창한 살롱

# 백발의 모네가 평온해 보인다.

 

# 모네의 정원 가는 길: 프랑스 파리 생 라자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작은 마을 베르농에서 내립니다. 그곳에서 지베르니로 가는 버스를 타고 조금만 들어가면 모네의 정원을 만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 클로드 모네 재단 [Claude Monet's garden and home] (두산백과).

- E.H 곰브리치 저, 백승길이종숭 역,THE STORY OF ART』『서양미술사, 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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