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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살롱

그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 유미주

 

 

한 청년이 있었다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가졌던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의 목수였어

 

뜨거운 어느 날

그의 품에 

코흘리개가 안겼지

사람들은 코흘리개를 죄다 야단하네

 

녀석

그 야단에도 아랑곳없이

귓새로 흐르는 

목수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어

 

그러다 그의 눈과 마주쳤지


아이는 보았네

빛나는 그의 눈을

번져있는 자유한 미소를

 

그을린 피부위에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

삶으로 패인 주름진 눈매가 더없이 매력적이더군

 

그는 나직하게 말했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마세요. 천국은 이런 사람의 것입니다.”

 

당신은 보았는가?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한 목수를

마치 왕과 같았던 한 청년을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1910, 유채,

86.5cmx106.5cm, 현대 미술관, 뉴욕,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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