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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살롱

여인

여인...

 

Portrait of a Young Woman, 1935, Oil paint on canvas,
107.95 cm x 205.74 cm , Meredith Frampton

 

 

 

# 여인, 유미주

 

흰 살결 가녀린 모습
달처럼 고요하고
봄꽃처럼 곱더니

스물세 살 손끝 우아함은
살바람 바람결에
이별마저 세련되었다

그대 돌아선 마음의 눈
기억 속 그림자
소리없이 좇아갈 때

봄꽃처럼 고운 자태는
긴 드레스 여운의 끝자락에
슬픔마저 정숙하다

 

 

메리디스 프렘턴(Meredith Frampton)의 초상은 얼굴만이 아닌 전신을 그린 초상이 많다. 몸짓과 자태,

표정, 눈빛 등을 살펴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그의 초상에는 인물들의 눈빛이 정점이다.


얼굴 전체에 퍼지는 표정에서 눈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초상의 눈빛은 치밀하고 조용하여 감상자를 꿰뚫는다. 그의 그림 앞에서 압도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는 ‘표현의 명확성’을 매우 중요시 했다. 섬세하고 최대한 자세하게 그렸다. 면과 선과 색채가 부드럽다. 기법에도 정성을 다 했겠지만, 그림의 대상과 영원히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실어 그린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소리와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고도로 완성된 초상화는 신비롭고 세련되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캔버스에서 걸어 나와 말을 걸 것 같다. 눈빛, 표정, 몸짓 비언어적인 모습을 통해 감상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심지어는 초상이 아닌 정물화에도 빨려들 듯한 신비함이 묻어난다.

 

혹시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Winifred Radford,1921」,「Still Life,1927」,「Margeurite Kelsey,1928」,「King George VI,1929」,「Sir Henry John Newbolt,1931」,「Sir Frederick Gowland Hopkins등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도 볼 수 있다. 그는 자화상이나 초상의 겉모습을 그렸으나 결국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프렘턴은 담아내고자 하는 스토리를 따라서 사물을 준비하고 주변을 배치한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까지 묘사한다. 몸짓과 손끝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속마음의 의도를 어디엔가 숨겨 놓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겉모습만 바라보지 않도록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감상자가 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게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감상자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속마음은 볼 수 없으니 겉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응시하게 된다. 조용하게, 자세하게, 아름답게. 아름다워서 더 관찰하게 하니 마치 여인이 정물이었나 싶다.

 

위 작품의 모델 Margaret Austin-Jones는 당시 23세였다. 그가 여인의 내면에 무엇을 숨겨 놓았을지 생각했다. 눈빛과 섬세한 근육들과 몸짓과 손끝까지 자세하게 관찰한다. 꽃처럼 고운 여인 자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숨겨진 내면을 응시한다.

 

관찰이 이토록 진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래토록 보고 있으니 내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속마음 ‘한 조각’이 살짝 손에 쥐어졌다.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한 조각’을 비로소 펴 보게 된다.

 

할 말이 많은 것을 참았는지 그 ‘한 조각’은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다.
움켜쥔 만큼 구겨졌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마음속 ‘한 조각’... 이제 놓아 주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466 

남도투데이 유미주 작가의 화창한 살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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