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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오를레앙, 그곳에 사군자가 있다.

  '사군자'화가 최주영, 1988년 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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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군자, 최주영, 2013

 

"안녕하세요 최주영입니다"라는 문자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서로를 반가워했다. 밝고 힘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최주영 작가의 마음이 번져든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한 시간 후면 다음 전시할 곳인 오를레앙으로 떠난다는 일정을 알려주며 어느 곳에서든 꼭 만나자는 약속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열정적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 때문이었을까? 목소리에서 묻어난 에너지가 두어 달 동안이나 생생했으니 참으로 긴 여운이다.

최주영 작가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았고 현재 가족들은 엘살바도르에 거주 중이다. 당시에 가족들과 떨어져 프랑스에서 몇 개월 동안 아트투어를 진행 중이었다. '용감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다.

꽃향기 그리워 다가가면
어깨동무 나란히 방긋방긋 웃음으로
슬그머니 가까이 쳐다보니 예쁘구나


작품들을 살펴보면 작가의 삶 전체가 말하고 있는 어떠한 '사랑'이 있다. 그녀의 사군자는 동양적 사유만을 말하지 않았고, 꽃의 아름다움만을 그리지도 않았다. 얇디 얇은 화선지에 자신의 컬러를 소중히 담아 마음과 영혼에 각인되는 변치 않는 사랑을 펼쳐냈다. 사랑에 대한 정갈한 단어들은 시가 되어 노래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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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 최주영, 2016>

 

 

바쁜 일정과 시차로 인해 틈틈이 최주영 작가를 만나 보았다.

- 작품 전체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여유가 느껴집니다. 이유는 무엇인가요?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먼저 가다듬고 붓을 들어요. 승화되어 꽃처럼 피어난 감정만을 그리려 노력합니다. 작품 제작 시간 외에도 수시로 마음을 정화시키지요. 그 마음들이 작품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유럽, 특히 프랑스 유학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때 서예와 사군자를 배웠습니다. 6학년 때 고모를 따라 '한불수교기념 프랑스미술작품전시'를 관람했다가 형형색색의 유화 작품들의 아름다움에 끌려 꿈을 키웠어요. 또 미술 시간에 배운 프랑스는 서양미술의 황금기인 18~19세기에 빛과 어둠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았던 인상주의의 중심인 곳이었기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프랑스에서 한국화 기법의 교육을 받을 수 없었을 텐데 그 시절 프랑스 학교에서는 어떤 지도를 받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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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89갤러리, 2016년 4월, 최주영 작가
ⓒ 최주영

 

"동판화의 '마니에르 누아르' 표현은 수묵담채화의 농담의 효과나 기법과 다르지만 감성 표현법에서 비슷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기법 위주로 배우고 유럽에서는 감성, 감정위주로 배웁니다.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한국적 감성을 다시 배우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다룰 때 자신을 먼저 바라보았습니다."

-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분이 있으신가요?

"할아버지와 아버지입니다. 두 분 모두 그림을 자신의 몸처럼 좋아하셨습니다.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시기도 하십니다. 제가 집안의 가업을 잇기를 원하셨기에 할아버지와 부모님은 저의 재능은 칭찬하셨으나 전문 작가의 길은 크게 반대하셨지요. 그러나 지금은 저를 인정해 주시고 좋아해 주십니다."

- 예술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지요?
"행복한 마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정화하면서 걸러진 마음들을 그려내고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 만 16세에 혼자서 프랑스 유학의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무엇인가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꼭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순수한 마음과 믿음으로 계산하지 말고 바보처럼 그냥 하십시오. 그냥."

어린 최주영 작가에게 어찌 어려운 시절과 과정이 없었겠는가. '바보처럼 그냥 하라'는 말 속에 자신이 그것을 얼마나 갈망하고 원했는지를 다 보여 준다. 그 갈망 앞에 상황이나 환경은 작은 언덕 중에 하나일 뿐이다.

그녀에게서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들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금도 여전히 자신이 선택한 일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서 나누는 즐거움과 의미, 용기와 열정이 점점 더 커져가기 때문이리라 짐작해 본다.

그 이후, 오를레앙 전시 소식을 보내왔다. 사군자재단은 2004년 오를레앙에서 최주영 작가가 창단했다. 오를레앙 전시 주최는 최주영 작가와 사군자재단이다. 한국 사군자가 프랑스에서 뿌리 내리는 과정을 보았다.

1세대는 창단자인 최주영 작가, 2세대는 최주영 작가가 길러낸 프랑스인 사범들이며, 3세대는 프랑스인 사범들의 연구생들이다. 이들이 모여 그들의 아뜰리에를 오를레앙 시민들에게 열어 보인다.


        
< 한국화 퍼포먼스, 오를레앙, 2016년 5월 >

10년이 된 사군자 연구반 프랑스인 제자들이 사범이 되어서 그들의 제자들과 3대가 어우러져 오를레앙에서 퍼포먼스를 한다. 모두 '아젤꼬 오를레앙 시민학교' 강사들이다.

프랑스에 올 때마다 오를레앙에서 강의하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즉흥 퍼포먼스는 마음으로 그리고 답하며 함께 시를 쓰듯 즉흥으로 난과 대를 치고 난 후 글도 함께 쓴다. 한국화 기법만 배워서는 소통할 수 없는 작업이다.

최주영 작가가 '나비와'를 쓰고, 르네(Renée)씨가 '꽃잎이' , 마리폴(Marie-Paule)씨가 '빛에', 클레르(Claire)씨가 '바람과' , 로렌스(Laurence)씨가 '봄비를' ,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주영 작가가 '맞이합니다' 라고 쓴다.

한류문화의 진수를 현지인과 더불어 맛을 내고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프랑스 시민들은 무엇을 썼는지 궁금해 하고 사범과 제자들은 설명을 한다. 시민들이 즉흥으로 그림과 글을 쓰는 것에 놀라고 신기해 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점점 잊히는 우리의 문화 예술을 프랑스에서 뿌리 내리는 것, 아름다움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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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고, 중고등학교 강의 시간
ⓒ 최주영

 


재단 활동 중 하나로 2006년에 한글학교를 만들었고 주불대사관의 인가를 받아 3개의 한국어 강좌를 시작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군자재단의 회원들 절반은 한국화를 선택하고 나머지는 한국어를 배운다. 교포들보다 현지 프랑스인이 더 많다. 한 달에 한 번씩 K-POP을 부르고 김치 및 요리 프로그램등 다양한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한류'의 전파는 K-POP이 알려지기 전부터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기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이 '한류의 시작'인 것 같다. 최주영 작가가 1988년도 도불하였으니 20년도 훨씬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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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월, 시서화, 최주영, 2016
ⓒ 최주영

 

4월, 붉은 개양귀비의 몸짓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기고 볼수록 뭉클했던 감성을 기억한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던 시절, 불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던 동양 소녀의 조그만 습작 노트를 보고 단번에 입학을 허락한 학장과 교수들의 마음도 비슷했을 것 같다. 유럽인의 마음을 휘어잡은 동양의 소녀는 지금도 열정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5월, 동네 모퉁이 햇살 좋은 담벼락에 붉은 개양귀비가 한 무더기 피었다. 충분히 매력적이었지만 훔칠 수 없고 꺾을 수 없는 그 아름다움에 중독된 듯하다. 갑자기 최주영 작가가 생각나서 메시지를 띄웠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퉁이에 당당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흠뻑 드러낸 개양귀비처럼, 최주영 작가는 유럽의 중심 프랑스에서 용기있게 사군자(시서화)로 그들 마음속에 '한국의 미'를 뿌리 내리고 있다.

6월에 잠시 한국에 머무른다 하였으니 만나볼 수 있겠다. 인천 영종대교 '포춘힐 갤러리(Fortune hill gallery)'에서는 연중 그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올 여름, 중독되어도 좋겠다.

덧붙이는 글 | 남도투데이에 실린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216956&PAGE_CD=N0002&CMPT_CD=M0117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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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는 길

 

 

Couple on the Beach, Oil on canvas, 73cm x 88cm, 1903, Emil Nolde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지금 보듬을 수 있다면

그래서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에밀놀데(Emil Noled)’는 기독교적 종교화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흔히 볼 수 있는 경건하고 성스럽고 신앙심이 우러나는 그림이 아니다. 빈곤하며 지치고 초라한 인생을 보여준다. 다소 거칠다. 색감이나 표현이 광적이고 충격적이며 불길한 분위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

 

그는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신을 갈망하고 동시에 본질적인 죄 문제로 괴로워하는 내면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정적인 내면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 작품의 영역에는 종교화, 꽃과 정물, 바다와 배, 여성 등 대표하는 주제들이 많다.

 

위 작품 ‘Couple on the beach'는 기존의 작품들과 느낌이 다르다. 잔잔하며 색감과 터치가 부드럽다. 두 사람은 속삭이고 격려하고 보듬고 부축한다. 무슨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포개진 두 어깨와 잡은 손이 그것을 말해 준다.

 

에밀놀데는 감상자에게 감동 그 이상을 주고자 했다. 그 시대의 표현주의  예술가들이 역사적 관점이나 사회적인 문제를 논할 때, 인간의 본질성에 관한 깊은 내면의 정신세계, 종교, 갈망과 열정 등을 표현하기를 원했다.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은 단순히 잠깐 흥미를 끄는 것이 아닌, 인간의 내면을 두드려서 존재의 의미와 인생에 대한 깊은 인식을 심는데 있었다.

 

인위적인 것을 피했기 때문에 풍경화나 꽃, 정물화들은 물감들이 서로 엉기고 퍼지면서 시각적으로 더 풍성한 색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그의 내면의 감정을 대변하는 것이 바로 이었고 뭉그러지는 느낌들이었던 것이다. 갈망, 열정, 본성 등을 강렬한 색채로 표현하면서 구성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았다. 일정의 형식을 탈피했기에 아름답다라고 느끼지지 않을 수 도 있다.

 

스티븐 파딩의 책죽기 전에 꼭 봐야 할 명화 1001You must see before you die 그의 작품 무희가 있는 정물(1914) 1913년에 남태평양의 여러 섬을 여행하면서 원주민의 춤을 보고 스케치했다가 나중에 정물과 조화시켜 작품화한 것이다. 그는 원시적 느낌의 힘이 자신의 갈망함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았다. 무희들의 얼굴은 단순하지만 열광적인 몸짓과 하늘로 치솟는 붉은 머리칼과 반라의 모습은 당당하게 살아 움직인다.

 

미지의 세계를 갈망했던 그가 당시에 작품에 대한 원천을 찾은 것이 바로 원시 미술이었던 것 같다. 원시의 강력한 힘, 단순한 모양,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것이 색채,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남태평양, 러시아 등을 여행하면서 특이하게 우리나라를 방문했고 긴 수염에 상투를 튼 노인을 그린 펜화도 있다. 시름에 잠겨서 초라한 모습을 한 한국노인이라는 작품을 남겼다.

 

그는 자연물에 심상을 담고 모든 작품 속에 인간상을 그려 넣은 후 열정을 부었다.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본능적인 능력으로 자유롭게 내면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데 있어 묘사하는 것 보다 뭉그러지는 물감과 터치를 더 중요시 했다.

 

지금 두 사람이 함께 해변을 걷는다. 어깨를 포개어 서로를 의지한다. 처음에는 사람이 작아 보이더니 점점 두 사람이 클로즈업 되었다. 바다는 잔잔하고 구름은 몽글몽글하다. 오후인지 오전인지 모르겠으나 아직 해가 떠 있는 잔잔한 해변가이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그림 속 장치들을 통해 그가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겠다.

 

 

 

 

자신의 심리를 대변하는 색채를 통해 정신세계를 시각화하는데 뛰어났던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에밀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615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의 화창한 살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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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교육 2015.10.02 20: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예술가들은 보통사람과 감성이 다른가 봅니다.
    생각하고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그런데 그 표현이 그런 눈이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면... 글쎄요.
    역시 사람은 아는 것 만큼 밖에 볼 수 없으니... 계속 보면 좀 보이려나...

  • 백순주 2015.10.03 13: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바탕화면은 어디가고 또 자고 있소? 안 그래도 졸려 왔고만...

  • Deborah 2015.10.03 1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화가인데요. 그림에 관해서 관심이 많이 있어 공부도 했습니다. 느끼는 것은 그림은 철저히 주관적이고 그것을 객관화 시키는것은 화가의 몫이라고 보여집니다. 나름 컨셉이 아주 강하신 분 같군요. 멋진 그림 잘 봤습니다. 전 사실주의 화가보다는 인상파 화가 모네와 같은 그림 그리고 달리와 같은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을 좋아합니다.

    • 빠리 양복점 2015.10.03 19: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방문 감사드려요~ 그림을 좋아하신다는 자체로 반갑습니다^^ 예술작품 자유롭게 느끼시길 바래요~ 드보라님이 좋아하시는 그림도 가끔 소개해주세용

화창한 살롱 2015.10.01 06:00

 

Stars, 1912-1915, oil on panel, 100.1cm X 80.8cm, Kees van Dongen

 

 

# / Alphonse Daudet (알퐁스 도데)

 

"많기도 해라! 아름다워! 저렇게 많은 별을 보기는 처음이야...저 별들의 이름을 아니?"

 

"그럼요, 아가씨...자 보세요! 우리 머리 바로 위에 있는 저건...”

 

(중간생략)

 

“...그러나 아가씨, 모든 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역시 우리들의 별 양치기의 별이에요. 새벽녘 우리들이 양떼를 밖으로 몰아낼 때 우리를 비춰 주며 저녁이 되어 그들을 몰아 넣을 때도 역시 비춰 주지요. 우리들은 이것을 마글론느라고도 부릅니다. ‘프로방스의 삐에르의 뒤를 쫓아, 7년만에 한 번씩 그와 결혼한대요."

 

"어머나! 그럼 별들에게도 결혼이란 게 있어?"

 

"그럼요, 아가씨."

 

그래서 내가 그 결혼이란 게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려고 할 때, 나는 무엇인가 부드럽고 연한 것이 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히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리본과 레이스, 그리고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가볍게 스치면서 내게 기대어 오는, 잠들어 축 늘어진 그녀의 머리였다. 그녀는 하늘의 별들이 솟아오르는 아침 빛으로 지워져 흐려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나는 가슴속이 약간 두근거렸지만, 내게 아름다운 생각만을 보내준 이 맑은 밤하늘에 성스럽게 보호를 받아 고이 잠들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별들 중 하나가, 가장 아름답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잃고 내 어깨 위에 내려앉아 잠들고 있다고 몇 번이나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 알퐁스 도데의 중에서 -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정의 내리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도 아름다움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자연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주는 느낌들은 비슷한 것 같다. 별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별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과 영감(靈感,inspiration), 사랑과 희망을 주는 어떤 것이다. 때때로 그리운 이의 이름이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며, 외로운 이의 향수(鄕愁)이다.

 

 

별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들은 문학, 미술, 음악 등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많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영감(靈感,inspiration)을 주는 피조물인 듯 싶다.

 

 

이 그림, 멀리서 보면 신비로운데 가까이서 보면 실망할 수 있다. 야수파의 대가가 그린 작품이라 하기에는 여느 초등학생의 그림과 다르지 않아 보여서 그렇다. 초등학생의 그림이 실망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의 어린 시절에 그린 것이 아닌, 서른 중반의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펄펄 끓는 열정으로 무수히 많은 여인들을 그린 키스 반 동겐의 그림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별을 좋아해서인지 이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낮게 탄성을 내었다. 어찌되었든지 그냥 끄적인 것일지라도 점점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별이니까. 그가 왜 별을 그렸는지, 정말 그의 작품이 맞는지 이런저런 궁금증으로 시간이 흘렀다.

 

 

이 그림은 작품명, 그려진 시기, 작품의 사이즈 외에 알려진 것이 없다. 어떤 설명도 찾지 못했다. 덕분에 천재의 그림을 그냥 어느 꼬마의 그림이라 상상하면서, 잊고 있던 순수의 시절을 한 번 더 기억하게 되었다. 시대와 나라는 달라도 같은 방식으로 별을 그렸다는 것과, 야수파의 대가가 그린 별이 내가 그린 별과 똑같다는 것도 은근 흥미로웠다.

 

 

작품Stars를 본 뒤로 나는 어린왕자의 소행성 b-612’가 아닌 기억 속의 별기억할 별 생각났. 기억 속의 한 별은 알퐁스 도데의 단편 에서 나오는 두 청춘이다. 보이는 별이 아닌 마음속 별을 노래하는 수줍은 사랑이다. 밤새 아가씨를 지켜내는 목동의 마음속 가장 아름다운 별, 그 별 하나가 자기 어깨에 살포시 내려와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을까!

나에게 그런 청춘이 언제였던가 기억을 돌려보았다.

 

 

키스 반 동겐은 바(bar)에서 일하는 무희들과 다양한 신분의 여인들 누드를 그렸다. 상대를 유혹하는 눈빛으로 뇌쇄적인 모습이 짙은 여인들의 초상들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의 작품들을 보면 퇴폐적일 수 있는 그림들에서 순수하고 조용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된다. 색채가 맑고 인물들의 표정이 서늘하기도 하다. 무희들은 음악에 자유롭게 몸을 맡긴 채로 천진한 얼굴들이 많다.

 

 

음습한 분위기에서조차 그의 눈에는 모든 여인들이 아름답게만 보였나 보다. 90세가 넘어서 생을 마감한 노장의 얼굴이 작품속 여인들의 천진함과 비슷하다. 프란츠 카프카는 "Anyone who keeps the ability to see beauty, never grows old.” 라고 했다. 누구든지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유지하는 사람은 결코 늙지 않는다. 아마도 키스 반 동겐은 이 능력을 가진 사람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서른 중반에 뇌쇄적인 자태의 여인들만 숱하게 그린 화가가 갑자기 밤하늘의 별을 그린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극과 극이 통하 듯, 순수함과 그렇지 않음도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것으로 통했던 접점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그림 속 여인들은 그토록 아름다움을 발했고, 별은 스스로 빛났기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또 하나 기억할 별이 있다.

4월 어느 밤에 쏟아지던 별들이다. 영원히 지지 않을 별들을 기억하되 수줍도록 아름다운 청춘을, 슬프도록 아름다웠던 청춘을 기억하자.

스스로 환하게 빛나고 있는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자.

 

이제 아린 눈물 훔쳐내고 쏟아지는 저 별들을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름다운 저 별들이...영원히 빛날 수 있도록 말이다.

팽목항 밤하늘이 오늘도 빛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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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coming

화창한 살롱 2015.09.30 18:00

Becoming

 

Becoming, 72.7cm × 53.0cm, Oil on canvas, 2014, 신수산나

 

 

천년을 부동으로 살아온 몸뚱이는 쪼개지고 뒹굴면서도 말이 없다

시간이 새겨 놓은 가슴속을 무심히 들여다보았을 때

너는 그 안에 생명의 빛깔을 잉태하고 있었다

부동한 시간을 나는 집어 올린다

복받쳐 흐르는 눈물로

세월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점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물을 그리는 작가에게 구도와 시점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시점이 달라지면 결과와 해석은 그야말로 자유롭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신수산나 작가의 정물은 보는 시점을 달리했다. 작품 ‘Becoming'이 무엇으로 보이는지, 어떻게 보이는지 잠시 감상해 보기를 권한다.

 

교과서에서 배웠듯이 정물을 그릴 때는 대상물의 비례가 맞아야 한다. 또 그것을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그려낸다. 때로는 작가의 떠오른 생각을 그리기도 하고 정밀한 묘사나 철학을 담은 추상을 그리기도 한다. 신수산나 작가의 정물에서는 이런 형식과 방식이 자유한 것 같다. 아니 이 모든 것을 내포했을 수도 있다.

 

그는 우연하게 정물의 대상을 발견하고 시점을 달리해서 밑그림을 그리다 색을 발견했다. 현상학 철학자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 Ponty)처럼 대상의 본질을 발견하고 포착했다. 그는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 자연 그대로의 상태라는 진실을 붓으로 그리는 행위 이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작품 속에는 수천 년 동안 움직이지 않고 죽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누군가 굴려 주거나 옮겨 주지 않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존재들, 바람과 미세한 지각의 변동이 아니었다면 어디서부터 그에게로 올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듯해진다. 작가는 그런 대상의 본질과 진실을 미세하게 바라보았고 그 속에 숨을 불어 넣으려는 순간 빛깔을 발견했던 것이다.

 

좋은 그림은 오래 머물 수 있는 그림이라고 했다. 신수산나 작가는 감상자가 본인의 작품 앞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문자 이전 시대 역사와 전통의 계승을 목적으로 공예품을 만들고 조각을 했던 아프리카의 예술을 생각하곤 한다. 거기에는 내용과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미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간과 빛과 기분에 따라 시시로 변하는 대상을 면밀히 관찰을 하게 된다. 그것이 매우 흥미롭다.

 

신수산나 작가는 사업하는 남편을 따라 불혹의 나이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정착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그곳에서 그림을 시작했다. 대학 입학 자체가 고운 시선이 아니었기에 한인 사회에서 조차 아무도 그의 졸업을 예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열심과 성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탈대학교 미대에서 인체 드로잉 1등을 할 만큼 인정 받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도 했다.

 

일찍 결혼을 했기에 원래 미대에 진학하려했던 꿈을 접었다. 자랑이 아니라 미술은 안 가르쳤어도 잘 했고 그냥 그리면 되었다고 한다. 똑같이 그려는 것은 이미 끝났으니 베끼는 것은 재미가 없었다. 입학보다 졸업이 정말 어려운 외국 대학에서 나이 사십 세가 넘어 당당히 졸업을 거머쥔 그는 진정한 젊음을 소유한 사람이다.

 

예술가로서 아프리카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다. 햇빛이 다르고 공기와 소리가 다르다. 그는 4계절 원색의 꽃이 피는 자연환경에서 아프리카 예술을 배웠다. 아프리카의 예술은 음악도 미술도 역사 그 자체이다. 그래서 격렬하다. 기회가 되면 아프리카의 예술을 바로 해석하고 알리고 싶다고 한다.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표현하면 그 속에 시간이 정체되어 버린다. 3차원의 세상을 2차원으로 표현하되 다시 3차원의 세상으로 달려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작가의 고민이었고 그래서 대상을 보는 시점이 달라진 것 같다. 시간은 보이지 않지만 정체된 것이 아니다. 대상을 관찰하다 눈물 나도록 아름다움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고 그것을 묘사하면서 캔버스 위에 3차원의 세상을 그려냈다. 그의 그림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같다.

 

신수산나 작가는 10년의 남아공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후 목원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서양미술을 전공했다. 당시 교수님께서 재미있는 것을 하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조언해 주신 것이 가장 깊이 남는다.

 

남아공 대학시절 인체 뎃생에서 1등을 했던 신수산나 작가는 앞으로 루시앙 프로이드(Lucian Freud)처럼 호흡이 있는 인체를 구성하고 묘사하고자 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사실주의 화가로 손꼽히는 루시앙 프로이드는 영국작가이며 우리에게 익숙한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의 손자이다.

 

나는 글을 마칠 때 까지 작품 ‘Becoming'의 정물화의 대상과 작가가 바라본 시점,구도를 말하지 않았다. 기회가 되어 신수산나 작가의 작품을 직접 관람하길 권한다. 무엇을 그렸는지 알게 되면 놀랄 것이다.

 

천년을 뒹군 돌멩이는 여전히 돌멩이다. 누구의 손에 들려 있느냐에 따라 부여하는 의미가 달라진다. 뒷간 디딤돌이 될 수도 있고 간장을 덮는 돌덩이가 될 수도 있다. 나그네의 돌베개가 되어도 고기 굽는 돌판이 되어도 뜨거운 구들장이 되어도 상관은 없다. 모두 의미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기억되는 것과 잊혀지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인생은 미완성이지 않나요?”라고 반문하는 작가는, 보다 나은 완성을 향해 작업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과도 비슷함을 이야기했다. 그에게서 모든 것은 미완성이다라는 현상학 철학자들의 모습이 느껴졌다. 미완성인 대상을 묘사하며 거기에서 발견한 의미들을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눈이 빛났다. 얼마나 빛나고 맑았는지 문득 청춘을 정의할 필요가 없어졌다. 나는 인터뷰 내내 작가의 나이를 잊고 있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45548&CMPT_CD=SEARCH 오마이뉴스 기사

 

http://www.namdotoday.com/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의 화창한 살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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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교육 2015.10.01 2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빠리 양복점님의 글을 읽으면 저는 딴나라에 온 것 같습니다.
    사물을 보는 섬세한 감각이나 사회과학적인 시각에서는 잡히지 않는 또 다른 세계 말입니다.
    그런 미세하고 예민한 부분을 보고 느끼고 표현하는 작가의 세계가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공을 하지 않으면 감히 범접하지 못한 견고한 성처럼 말입니다.

    블로그가 바뀌고 너무 세련된 분위기에 압도되는 느낌입니다. 숨겨 놓은 제주를 조금씩 풀어내는 것도 작가의 의도된 기획인가요?..ㅎ

    • 빠리 양복점 2015.10.01 21: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관점이 달라서 그럴거예요. 저는 선생님의 글 10프로도 이해 못합니다. 그만큼 관심이 없었으니까요. 달콩멘토님 덕분에 무지했던 민주시민 한사람이 깨어나고 있지요~ ㅋ감사드려요. 그리고 블로그는 순전히 저의 게으름 때문이지요..하하

찰나

화창한 살롱 2015.09.01 12:20

찰나...

 

 

ecstasy, 181.8cm x122.7cm, oil on canvas, 2015, 이영만

 

 

# 찰나, 유미주

 

75분의 01, 번뇌 연민 목마름 결핍 만남 헤어짐 속박 자유 사랑 환희 충만 희열

과거에서 현재로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관념에서 실재로 허공에서 기억으로 찌른다

찰나의 순간 불멸(不滅)하고 심()의 시공(時空)에서 유영하여 온 우주에 이른다

 

 

위 작품ecstasy는 이탈리아 조각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Gain Lorenzo Bernini)의 대리석 조각 작품성 테레사의 환희 The Ecstasy of St. Teresa에서 차용한 이미지이다.

 

베르니니의 조각은 하늘의 천사가 황금의 뜨거운 화살로 테레사 수녀의 심장을 뚫는 순간, 아픔과 고통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희열과 환희로 충만해진 찰나를 표현하고 있다. 베르니니가 표현하고자 한 것은 바로, 어떤 순간의 이미지였을 것이다.

 

이영만 작가는 차용한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다. 작가의 다양한 작품 속에는 삶의 한순간 찰나와 함께 과거와 현재가 이어지는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작품ecstasy는 개인의 주관적인 느낌에 따라 감상 포인트가 확연히 달라진다. 어딘가 모르게 낯설지 않은 이미지이다. 곧 강렬한 색채에 빠지다가 비워진 공간에 시선이 머문다. 그 공간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이 들여다 보였다.

 

그곳에는 사랑, 청춘, 아픔, 배신, 이별, 슬픔 그리고 죽음과 영원불멸한 약속의 찰나들이 새겨져 있다. 이영만 작가는 순간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그 안에 인생을 담아내었다.

 

기사 관련 사진

 

사랑이 결핍되어 사랑을 갈망하고 목말라 하는 청춘, 그것은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찾아야할 것이 많은 청춘이다. 앞으로 몇 번을 변화해야 할 지 모르는 새파란 청춘이다. 그러나 유약하거나 들뜨지 않는 진지한 청춘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과의 내적 소통을 이루기 위해 기억 저편으로 끊임없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내적 편견으로부터 자유해지기를 원한다. 그래야 비로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기 때문이라 고백한다. 바로 자신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이다.

 

이영만 작가는 기억 저편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려왔음을 확신했다. 스무 살에 건축과를 그만둔 후, 다시 자신의 존재를 찾아 낸 시공(時空)의 찰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의 찰나를 엮어내어 다시 태어난 이 젊은 아티스트를 기억하자. 찾고 변화할 것이 많은 청춘, 앞으로 수많은 찰나들을 인생으로 만들어 낼 이영만 작가의 생각을 존중하며 더욱 자유롭게 유영하기를 바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9909&CMPT_CD=SEARCH 오마이뉴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520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 화창한 살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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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

화창한 살롱 2015.08.31 20:00

여인...

 

Portrait of a Young Woman, 1935, Oil paint on canvas,
107.95 cm x 205.74 cm , Meredith Frampton

 

 

 

# 여인, 유미주

 

흰 살결 가녀린 모습
달처럼 고요하고
봄꽃처럼 곱더니

스물세 살 손끝 우아함은
살바람 바람결에
이별마저 세련되었다

그대 돌아선 마음의 눈
기억 속 그림자
소리없이 좇아갈 때

봄꽃처럼 고운 자태는
긴 드레스 여운의 끝자락에
슬픔마저 정숙하다

 

 

메리디스 프렘턴(Meredith Frampton)의 초상은 얼굴만이 아닌 전신을 그린 초상이 많다. 몸짓과 자태,

표정, 눈빛 등을 살펴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그의 초상에는 인물들의 눈빛이 정점이다.


얼굴 전체에 퍼지는 표정에서 눈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초상의 눈빛은 치밀하고 조용하여 감상자를 꿰뚫는다. 그의 그림 앞에서 압도되지 않은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는 ‘표현의 명확성’을 매우 중요시 했다. 섬세하고 최대한 자세하게 그렸다. 면과 선과 색채가 부드럽다. 기법에도 정성을 다 했겠지만, 그림의 대상과 영원히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을 실어 그린 것 같다. 세상의 모든 소리와 시간이 멈춘 듯한 그 순간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고도로 완성된 초상화는 신비롭고 세련되었다.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캔버스에서 걸어 나와 말을 걸 것 같다. 눈빛, 표정, 몸짓 비언어적인 모습을 통해 감상자에게 말을 걸고 있다. 심지어는 초상이 아닌 정물화에도 빨려들 듯한 신비함이 묻어난다.

 

혹시 그림에 대해 관심이 많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Winifred Radford,1921」,「Still Life,1927」,「Margeurite Kelsey,1928」,「King George VI,1929」,「Sir Henry John Newbolt,1931」,「Sir Frederick Gowland Hopkins등 대중에게 익숙한 그림도 볼 수 있다. 그는 자화상이나 초상의 겉모습을 그렸으나 결국엔 인간의 내면을 보여주려 했던 것 같다.

 

프렘턴은 담아내고자 하는 스토리를 따라서 사물을 준비하고 주변을 배치한다. 얼굴의 미세한 근육까지 묘사한다. 몸짓과 손끝을 세밀하게 표현하면서 속마음의 의도를 어디엔가 숨겨 놓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겉모습만 바라보지 않도록 말이다.

 

그의 작품들은 감상자가 대상을 주의깊게 관찰하게 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감상자 자신의 내면을 꿰뚫어 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속마음은 볼 수 없으니 겉으로 드러나 있는 모습을 응시하게 된다. 조용하게, 자세하게, 아름답게. 아름다워서 더 관찰하게 하니 마치 여인이 정물이었나 싶다.

 

위 작품의 모델 Margaret Austin-Jones는 당시 23세였다. 그가 여인의 내면에 무엇을 숨겨 놓았을지 생각했다. 눈빛과 섬세한 근육들과 몸짓과 손끝까지 자세하게 관찰한다. 꽃처럼 고운 여인 자신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숨겨진 내면을 응시한다.

 

관찰이 이토록 진지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오래토록 보고 있으니 내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나의 속마음 ‘한 조각’이 살짝 손에 쥐어졌다. 오랫동안 움켜쥐고 있던 ‘한 조각’을 비로소 펴 보게 된다.

 

할 말이 많은 것을 참았는지 그 ‘한 조각’은 처음과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다.
움켜쥔 만큼 구겨졌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마음속 ‘한 조각’... 이제 놓아 주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466 

남도투데이 유미주 작가의 화창한 살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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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오디너리 피플

 

 

< 보아가는 풍경 2008, 장지, 방해말(돌가루), 목탄, 140cm x140cm, 박영학 作 >

 

 

 

일상, 오디너리 피플 / 유미주

흑과 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는 그릇
자연의 빛깔만큼이나 살아있다

내밀한 일상은 성실하다
고요해서 빨려든다

풍경 위에
작은 리듬이 소용돌이치면

길을 걷다가
시선이 머무는 곳에 멈춰서라

거기에 설렘이 있고
그 너머 기대가 있을 테니까

일상은 이렇게 흑과 백에서 묻어나는 자연의 빛깔
우리는 그 자리에서 오디너리 피플이다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고뇌는 예술을 꽃피우게 하는 필수 요소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고뇌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수많은 고뇌 앞에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학 작가는 높은 몰입을 요하는 까다로운 작업에도 불구하고 자랑이 없다.

말을 아끼고 군더더기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고 겸손하다.


 

일상의 '다음 장면'을 설렘과 기대감으로 조용히 만들어 내는 박영학 작가. 하루 24시간 오직 작품만을 생각한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하루를 25시간처럼 사용하는 작가인 듯하다. 그의 작품은 재료와 기법의 특성상 밑그림을 90%이상 완벽하게 그려 내야 하는 세밀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말도 에너지도 아끼는 것 같다.


 

기사 관련 사진

                                                                                                

 

 

세밀하고 실수가 거의 없다. 크게 웃지도 몇 번 웃지도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고뇌하며 자신의 것을 찾은 화가가 갖는 여유로움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손끝이 더 많은 것을 말한다.


모든 색을 빼고 흑과 백으로만 풍경을 담는다. 멀리서 보면 수묵화같고 다시 보면 판화같다.

'케테 콜비츠'의 판화와 같이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의 '흑과 백' 속엔 케테 콜비츠의 작품에 없는 자연의 컬러가 담겨 있다.

 



그는 소나무를 직접 구워 만든 숯(목탄)으로 그린다. 숯이 인간이 불을 발견한 때부터 사용했다면 약 5000~6000년 전부터 사용했던 재료이다. 자연의 일부인 나무토막이 불(火)과 씨름한 시간은 기대감으로 더 뜨겁게 달구어 진다. 일상에서 나무토막이 '숯'이 되는 찰나이다.

정화에 정화를 거쳐 가장 원시적인 재료 '숯'은 이렇게 탄생한다.

하지만 그 자체로는 아직 불완전하다.

작가의 손끝에서 느낌있는 재료가 되는 순간, 비로소 자연의 풍경을 완전하게 표현하게 된다.



숯조각을 여러 번 붙여 만든 밤하늘에는 먹으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맑음이 있다.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인 숯, 그 다양한 입면체가 빛에 반응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먹으로만 흑(黑)을 표현했다면 답답하고 지루하고 무거웠을 것이다.

 



장르는 이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먹이 아니고 붓이 아닌 숯덩이여서가 아니다.

화선지가 아닌 돌가루 방해말을 12번 이상 덧입힌 장지(壯紙)라서가 아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가 먹과 화선지를 떠나서 산수(山水)를 표현한다는 그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재료와 기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여전히 여백의 미와 사유의 철학으로 꽃을 피운 것은, 바로 내밀하고 성실한 일상에서 오랜 고뇌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생각한다.

 


힘들고 어려운 재료를 선택해서 얻는 게 있다면, 일상에서 작품에 몰입할 때에 주어지는 '애착'과 풍경 너머에 있는 '설렘'이다. 가까이도 보이고 멀리 있는 것도 보인다.

목적을 향한 일상의 성실함과 거기서 느낄 수 있는 기대감은 오롯이 그의 몫이다.

 



기사 관련 사진

                                                                                                                                                  <작업과정>

 

 

나는 저 어느쯤에 걸어가고 있다. 산 마루에 앉아 쉬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지나간 과거가 아니다. 현재 내가 걸어가고 있는 걸음이다.

산을 넘으면 누가 기다릴지, 바다를 건너면 어디에 닿을지,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를 기대하면서 멈추지 않고 성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연 외에는 그 어떤 구조물도 없다. 판화같던 그림이 이제 흑백 사진처럼 느껴진다. 동양적이면서도 현대적이다. 색을 뺐지만 자연의 빛깔을 그대로 담은 작품들이 신비롭다. 숯으로 그려내는 역동적인 선, 조각조각 붙인 검은 숯, 희고 고운 방해말에서 빛나는 여백은 직접 보는 것과 차이가 난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세계가 흑도 백도 아닌 자연의 일상인 것 같다.

무심히 스쳐가는 흔한 풍경이라도 예술가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음은 확실하다.

 


몇 주 전에 우연히 작품을 보고 마음에 닿았는데 리플릿에 연락처가 없어 물어물어 찾았다. 뛰어난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자신은 자랑할 만한 사람이 아니란다. 하지만 아시아와 유럽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졌던 실력 있는 작가였다. 그럼에도 그 흔한 사진도 정보도 찾을 수가 없다. 이제 자랑을 좀 해도 되지 않을까?

 


문득 작가는 외로워 보였는데 그림은 외롭지 않다. 풍경에는 사람도 집도 없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흔적...'길'만 남아 있다. 나는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기대하면서 걷는 중이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은 없습니다. 작업 하나하나 할 때마다 애착이 가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작업 진행 과정에서 이미 다음 작업 스케치를 하기 때문에 다음 작업이 더 설렙니다. "  

  

                                                                                         - 박영학 작가와 대화 중에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6274 오마이뉴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426 남도투데이 '유미주 작가 화창한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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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교육 2015.08.20 0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왔다가 늘 헛걸을 하곤 했었는데... 드디어 새글이 올라 왔네요.
    반갑습니다. 선생님의 능력이 이 블로그를 통해 세상이 널리널리 퍼져나걌으면 좋겠습니다.

    • 빠리 양복점 2015.08.21 10: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 아이쿠 헛걸음하게 해 드려서 죄송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씩 가지치기를 하는 중이라 시간이 좀 걸리네요. ^^ 언제나 손님없는 집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백순주 2015.08.25 0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Job스런 사람이라~~~ㅋㅋ
    나도 그대가 궁금할 때가 있소. 현재 모습만 봤으니 과거가 어떠했는지 ... 사실 난 묻고 싶지 않지만 나에게 묻는 사람들이 많구료. 그러니 나도 궁금하오. 한의학을 공부했고, 하는 사람인데...왜??

  • 빠리 양복점 2015.08.25 09: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응응?? 누가 날 궁금해할까. 난 평범한 사람일뿐인데. 다만 남들이 주저할때 난 했을 뿐일터..이야기를하면 공감을 요구할것 같아 안할뿐..Jobs럽다...내가 좋아하는 스티브잡스에서 따온 말이요. 알아챘는지 모르겠지만요. 몰라도 되고^^

소녀의 꿈

화창한 살롱 2015.08.07 19:30

소녀의 꿈, 보라빛 나르샤

 

 

 

보랏빛 나르샤 - 꿈 ․ 사랑 ․ 향기, 72.7cm × 60.6cm Watercolor on paper, 이영미, 2015

 

 

 

소녀의 꿈 , 유미주

 

단발머리 소녀에게 붉은 입술이

붉디 붉은 야무진 그 입술이

무엇을 말하려다 꾹 다문다

 

세상을 삼킬 듯한 눈망울이

유난히도 새까만 두 눈망울이

무엇을 말하려다 울어 버렸다

 

어느새 붉은 입술 보랏빛 물들이고

흘러내린 눈물 자국 향기가 되어지니

새까만 눈망울은 꿈으로 피어난다

 

보랏빛 향기를 품에 안고서 여인은 그렇게 날아 오른다

 

 

 

 

‘나르샤’란 ‘날아 오르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경상북도 의성군 한 작은 마을, 가슴에 꿈을 품은 단발머리 소녀가 있었다.

어떠한 순간에도 품은 꿈을 꺾지 않았던 야무진 소녀가 젊은 날을 지나 여인이 되었다.

 

 

꽃의 본질은 망울진 봉오리가 아니라 피어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망울진 온몸을 자유롭게 펼치고 향기를 뿜어내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것이다. 소녀의 가슴에 품었던 망울진 봉오리는 보랏빛 향기가 되어 사랑을 피워 내고야 말았다.

 

 

이영미 작가의 ‘꽃’은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아 물감으로 그려진 붉은 작약 앞에 코를 대어 보게 한다. 작품 앞에 서면 활짝 피어오른 꽃의 기운에 취해 어질할 정도라니 과연 그것은 꽃이 아니라 작가 자신이기에 그런 것 같다.

 

 

                                                                              평택 작업실에서 이영미 작가

 

 

여러 날을 살아오면서 여전히 꺾지 않았던 꿈과 사랑과 자유가 있었다. 향기 있는 삶을 살고자 늦게 붓을 잡았으나 향기는 없었다. 어느 날 창가에 앉아 햇살받은 꽃을 보다가 그렇게 찾던 자기 자신을 보게 되었다. 그날 그 순간, 숨이 멈춰 버릴 것 같았다고 한다.

 

 

이영미 작가는 가슴속에 다이너마이트 같은 열정을 품은 사람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꽃 망울을 터뜨리고 나서야 사그라진다. 수채화 작업만 10년이 넘었으니 종이 위에서 물이 흐르고 마르는 것을 잘 이용해야 원하는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작업은 고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꽃을 그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작가의 얼굴 속에 한 떨기 탐스런 작약이 보이니 이것을 뭐라 설명할까.

 

 

꽃은 피고 지기를 반복하면서 그 향기와 색깔로 보는 이의 기억속에 담겨져 간다.

자기 자신을 위해 피어나는 꽃, 아름답고 당당하게 자신의 향취를 뿜어내며 사랑하며 살고자 한다. 작가의 손에서 피어나는 꽃이 보는 이에게 소망이 되리라 생각한다. 작년의 꿈이 올해의 사랑이고 내년의 향기가 될 것을 믿는다.

 

 

‘보랏빛 나르샤’는 이렇게 날아 오른다.

 

 

                                                            Seoul Open Art Fair 2015, Coex B Hall

 

 

 

'소녀의 꿈' 은 2015년 7월 6일자 기사였다.

이영미 작가의 작품중에 한 작품이 7월 6일 '나혜석 미술대전 -  최우수상' 을 수상하였다.

보라빛 나르샤는 이렇게 멋지게 날아 올랐다.

작가만큼이나 나도 기쁘다.

 

우리 곁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 꿈을 실어 날아 오르길 기원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137041&CMPT_CD=SEARCH 오마이뉴스

 

http://www.namdotoday.net/news/view.asp?idx=2292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의 화창한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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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교육 2015.08.07 21: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르샤가 그런 뜻이었나요. 몰랐습니다.
    우리문화에 대한 무지... 부끄럽습니다. 사진도 글도 참 좋습니다. 포토 스케이프 안 해도 되겠습니다.

    • 빠리 양복점 2015.08.07 2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님~ 포토스케이프로 더 돋보이는 작품으로 만들어 볼게요.
      지난번 프로그램 다운 받은것 때문에 아직도 제 컴퓨터에 팝업이 심하게 뜨고 있어요. 바이러스 치료했는데도 영 안되네요. 이런 저런일 마무리 되면 컴퓨터도 정리하고 새로 해야겠습니다. ^^
      내일이면 입추라는게 믿기지가 않지만 아침 저녁으로 걷기는 좋아진 것 같습니다.

  • 백순주 2015.08.11 14: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시인이군요! 그대~
    그대기 날아오르기 위한 몸부림이 고된가 보오. 조금만 조금만 더...

 

그의 이야기 / 유미주

 

 

한 청년이 있었다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가졌던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의 목수였어

 

뜨거운 어느 날

그의 품에 

코흘리개가 안겼지

사람들은 코흘리개를 죄다 야단하네

 

녀석

그 야단에도 아랑곳없이

귓새로 흐르는 

목수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어

 

그러다 그의 눈과 마주쳤지


아이는 보았네

빛나는 그의 눈을

번져있는 자유한 미소를

 

그을린 피부위에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

삶으로 패인 주름진 눈매가 더없이 매력적이더군

 

그는 나직하게 말했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마세요. 천국은 이런 사람의 것입니다.”

 

당신은 보았는가?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한 목수를

마치 왕과 같았던 한 청년을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1910, 유채,

86.5cmx106.5cm, 현대 미술관, 뉴욕,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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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lence and silence / 유미주

 

저 높은 산꼭대기에

나무가

살아 있다는 건 말야

 

그곳에도

그곳에도

 

물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야

 

 

지난해 7월, 그림이 나에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선명하고 생생한 울림 앞에 화가가 누구인지 작품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오롯이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여름이었다. 1년이 지나 다시 본 그림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말라 비틀어진 저들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보이고, 계절적으로 가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파리하게 구부러진 나뭇가지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나뭇잎들이 있다. 그 사이로 흩어지는 에너지에 눈이 부시다. 그림은 가을이라 말하지만 태양은 여름날처럼 뜨겁다.

 

 

Autumn sun 1912 , oil on canvas , 80.2 × 80.5 , Egon Schiele

 

 

떠오르는 해인지 저무는 해인지 알 길이 없으나, 목말라 비틀어지고 벗어 버린 그들에게서 알 수 없는 강렬함이 느껴진다. 구부러진 몸뚱이로 굳건하게 서 있다. 희망이 보인다. 위로를 받는다. 비틀어진 몸뚱이는 선명한 메시지이다. 그곳에 시선이 머물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탱한 생명 근원에 마음이 닿았다.

 

 

헐벗고 목마른 저들은 아직 해 볼만하다 한다. 이토록 당당함은 꺾일 때까지 버텨줄 버팀목과 영원히 식지 않을 태양 그리고 마르지 않는 생명 근원이 저 바닥 깊이 숨어 있음을 알고 난 뒤부터다. 그래서 실망하지 않고 꺾이지 않는다.

 

 

선이 강하고 외설에 가까운 느낌을 예술로 표현했던 화가. 이 그림이 그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를 찾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자기 세계에서 거침이 없었고 자신만만했던 이 젊은 예술인을 시대는 ‘천재 화가’라 부르고 있다. 꽤 오랜 시간 그를 관찰했다. 그는 결코 조용하지 않다. 영특하고 조악하며 뜨겁다. 어느 날은 거칠었고 어느 날은 조롱했다.

 

 

인간의 이중성을 들춰내어 똑바로 보게 하고야 마는 지독한 근성이 있다. 열여섯 살, 미술학교에 입학했을 때 “악마가 너를 내 수업에 들여 보냈구나. 어디 가서 내가 너의 선생이라 말하지 말거라.” 라고 할 만큼 스승조차 그 끼를 탐탁지 않아 했다. 현대 사회에서도 예술로 표현하기에 부적절한 ‘욕망과 갈증’을 겁도 없이 펼쳐낸 장본인이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살펴보고 그를 관찰하면서 개인적으로 더 좋아진 건 아니다. 화가나 또는 그들 작품을 좋아하던 좋아하지 않던 그건 개인의 몫으로 남겨 두고자 한다.

지금까지 화가의 이름을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강렬하게 살다 간 그를 알아보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무엇을 이야기할 지도 남겨 놓고 싶다. 그는 천재 화가 에곤 쉴레, 천천히 만나보길 바란다.

 

 

시간이 지날수록 헐벗고 목마르고 비틀어진 몸뚱아리에서 화가의 초상이 느껴진다.

 

http://www.namdotoday.com/news/view.asp?idx=2366 남도투데이 유미주작가의 화창한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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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교육 2015.08.02 21: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상하네요. 오늘 포스팅한 글이 왜 맨 위에 안뜨고 중간에 와 있지요?
    긔고 언제 올리신 거예요? 글 발행은 아침시간이나 저녁 시간이 좋답니다. 그리고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대부분 블로거들이 글을 잘 안 올리고요. 그래서 저는 옛날 썼던 글을 발행하고 있답니다.

    • 빠리 양복점 2015.08.03 18:1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선생님. 티스토리 적응하느라 이것저것 수정하고 막 눌렀더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적용을 현재로 해서 그런지...
      아직 여기에 집중은 어렵네요. 조금씩 털어내면서 해야겠어요. 발행시점은 신경써서 해보겠습니다.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