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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살롱

프랑스 오를레앙, 그곳에 사군자가 있다 프랑스 오를레앙, 그곳에 사군자가 있다. '사군자'화가 최주영, 1988년 도불 ▲ 사군자, 최주영, 2013 "안녕하세요 최주영입니다"라는 문자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서로를 반가워했다. 밝고 힘있는 목소리로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는 최주영 작가의 마음이 번져든다.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였다. 한 시간 후면 다음 전시할 곳인 오를레앙으로 떠난다는 일정을 알려주며 어느 곳에서든 꼭 만나자는 약속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열정적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생명력 때문이었을까? 목소리에서 묻어난 에너지가 두어 달 동안이나 생생했으니 참으로 긴 여운이다. 최주영 작가는 프랑스인 남편과 결혼해서 두 아들을 낳았고 현재 가족들은 엘살바도르에 거주 중이다. 당시에 가.. 더보기
함께 가는 길 함께 가는 길 Couple on the Beach, Oil on canvas, 73cm x 88cm, 1903, Emil Nolde 함께 걸을 수 있다면 지금 보듬을 수 있다면 그래서 위로가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독일의 대표적인 표현주의 화가 ‘에밀놀데(Emil Noled)’는 기독교적 종교화를 그린 화가로 유명하다. 흔히 볼 수 있는 경건하고 성스럽고 신앙심이 우러나는 그림이 아니다. 빈곤하며 지치고 초라한 인생을 보여준다. 다소 거칠다. 색감이나 표현이 광적이고 충격적이며 불길한 분위기를 담은 작품들이 많다. 그는 인간의 내면에서부터 신을 갈망하고 동시에 본질적인 죄 문제로 괴로워하는 내면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격정적인 내면을 그린 작품들이 많다. 작품의 영역에는 종교화,.. 더보기
별 Stars, 1912-1915, oil on panel, 100.1cm X 80.8cm, Kees van Dongen # 별 / Alphonse Daudet (알퐁스 도데) "많기도 해라! 아름다워! 저렇게 많은 별을 보기는 처음이야...저 별들의 이름을 아니?" "그럼요, 아가씨...자 보세요! 우리 머리 바로 위에 있는 저건...” (중간생략) “...그러나 아가씨, 모든 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은 역시 우리들의 별 ‘양치기의 별’이에요. 새벽녘 우리들이 양떼를 밖으로 몰아낼 때 우리를 비춰 주며 저녁이 되어 그들을 몰아 넣을 때도 역시 비춰 주지요. 우리들은 이것을 ‘마글론느’라고도 부릅니다. ‘프로방스의 삐에르’의 뒤를 쫓아, 7년만에 한 번씩 그와 결혼한대요." "어머나! 그럼 별들에게도.. 더보기
Becoming Becoming Becoming, 72.7cm × 53.0cm, Oil on canvas, 2014, 신수산나 천년을 부동으로 살아온 몸뚱이는 쪼개지고 뒹굴면서도 말이 없다 시간이 새겨 놓은 가슴속을 무심히 들여다보았을 때 너는 그 안에 생명의 빛깔을 잉태하고 있었다 부동한 시간을 나는 집어 올린다 복받쳐 흐르는 눈물로 세월을 보았다 많은 사람들은 ‘무엇을 보느냐’보다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관점의 차이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정물을 그리는 작가에게 구도와 시점은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시점이 달라지면 결과와 해석은 그야말로 자유롭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신수산나 작가의 정물은 보는 시점을 달리했다. 작품 ‘Becoming'이 무엇으로 보이는지, 어떻게 보이는지 잠시 감.. 더보기
찰나 찰나... ecstasy, 181.8cm x122.7cm, oil on canvas, 2015, 이영만 作 # 찰나, 유미주 75분의 01초, 번뇌 연민 목마름 결핍 만남 헤어짐 속박 자유 사랑 환희 충만 희열 과거에서 현재로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관념에서 실재로 허공에서 기억으로 찌른다 찰나의 순간 불멸(不滅)하고 심(心)의 시공(時空)에서 유영하여 온 우주에 이른다 위 작품『ecstasy』는 이탈리아 조각가 지안 로렌조 베르니니(Gain Lorenzo Bernini)의 대리석 조각 작품『성 테레사의 환희 The Ecstasy of St. Teresa』에서 차용한 이미지이다. 베르니니의 조각은 하늘의 천사가 황금의 뜨거운 화살로 테레사 수녀의 심장을 뚫는 순간, 아픔과 고통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 더보기
여인 여인... Portrait of a Young Woman, 1935, Oil paint on canvas, 107.95 cm x 205.74 cm , Meredith Frampton # 여인, 유미주 흰 살결 가녀린 모습 달처럼 고요하고 봄꽃처럼 곱더니 스물세 살 손끝 우아함은 살바람 바람결에 이별마저 세련되었다 그대 돌아선 마음의 눈 기억 속 그림자 소리없이 좇아갈 때 봄꽃처럼 고운 자태는 긴 드레스 여운의 끝자락에 슬픔마저 정숙하다 메리디스 프렘턴(Meredith Frampton)의 초상은 얼굴만이 아닌 전신을 그린 초상이 많다. 몸짓과 자태, 표정, 눈빛 등을 살펴 볼 수 있어 좋다. 특히 그의 초상에는 인물들의 눈빛이 정점이다. 얼굴 전체에 퍼지는 표정에서 눈빛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초상의 눈.. 더보기
흑과 백으로만 세상을 그리는 이 남자 일상, 오디너리 피플 일상, 오디너리 피플 / 유미주 흑과 백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담는 그릇 자연의 빛깔만큼이나 살아있다 내밀한 일상은 성실하다 고요해서 빨려든다 풍경 위에 작은 리듬이 소용돌이치면 길을 걷다가 시선이 머무는 곳에 멈춰서라 거기에 설렘이 있고 그 너머 기대가 있을 테니까 일상은 이렇게 흑과 백에서 묻어나는 자연의 빛깔 우리는 그 자리에서 오디너리 피플이다 평범한 일상을 다르게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면, 고뇌는 예술을 꽃피우게 하는 필수 요소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고뇌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수많은 고뇌 앞에 할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박영학 작가는.. 더보기
소녀의 꿈 소녀의 꿈, 보라빛 나르샤 보랏빛 나르샤 - 꿈 ․ 사랑 ․ 향기, 72.7cm × 60.6cm Watercolor on paper, 이영미, 2015 소녀의 꿈 , 유미주 단발머리 소녀에게 붉은 입술이 붉디 붉은 야무진 그 입술이 무엇을 말하려다 꾹 다문다 세상을 삼킬 듯한 눈망울이 유난히도 새까만 두 눈망울이 무엇을 말하려다 울어 버렸다 어느새 붉은 입술 보랏빛 물들이고 흘러내린 눈물 자국 향기가 되어지니 새까만 눈망울은 꿈으로 피어난다 보랏빛 향기를 품에 안고서 여인은 그렇게 날아 오른다 ‘나르샤’란 ‘날아 오르다’라는 뜻의 순 우리말이다. 경상북도 의성군 한 작은 마을, 가슴에 꿈을 품은 단발머리 소녀가 있었다. 어떠한 순간에도 품은 꿈을 꺾지 않았던 야무진 소녀가 젊은 날을 지나 여인이 되었다... 더보기
그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 / 유미주 한 청년이 있었다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가졌던 어느 시골 작은 마을의 목수였어 뜨거운 어느 날 그의 품에 코흘리개가 안겼지 사람들은 코흘리개를 죄다 야단하네 녀석 그 야단에도 아랑곳없이 귓새로 흐르는 목수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어 그러다 그의 눈과 마주쳤지 아이는 보았네 빛나는 그의 눈을 번져있는 자유한 미소를 그을린 피부위에 하얗고 가지런한 치아 삶으로 패인 주름진 눈매가 더없이 매력적이더군 그는 나직하게 말했네 “어린 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마세요. 천국은 이런 사람의 것입니다.” 당신은 보았는가? 단출한 차림에 허기진 매무새를 한 목수를 마치 왕과 같았던 한 청년을 에밀 놀데(Emil Nolde, 1867-1956), 어린이들을 사랑하시는 예수님, 1.. 더보기
silence and silence # silence and silence / 유미주 저 높은 산꼭대기에 나무가 살아 있다는 건 말야 그곳에도 그곳에도 물이 흐르고 있다는 뜻이야 지난해 7월, 그림이 나에게 희망을 이야기했다. 선명하고 생생한 울림 앞에 화가가 누구인지 작품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림으로 오롯이 위로와 격려를 받았던 여름이었다. 1년이 지나 다시 본 그림이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말라 비틀어진 저들을 지탱해 주는 버팀목이 보이고, 계절적으로 가을이었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파리하게 구부러진 나뭇가지에 끈질기게 붙어 있는 나뭇잎들이 있다. 그 사이로 흩어지는 에너지에 눈이 부시다. 그림은 가을이라 말하지만 태양은 여름날처럼 뜨겁다. Autumn sun 1912 , oil on canvas , 80.2 × 80.. 더보기